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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로스의 성기사는 주군을 섬기기 이전에 빛을 섬기고 정의를 실천한다. 부당함을 용인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걸으며 소외받고 탄압받는 이들을 구원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지 않고도 성기사라 참칭한다면 은빛 성기사단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저 복수와 학살과 명예에만 눈이 멀어 은빛 성기사단에서 파직된, 역사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성기사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보다도 더 많은, 성기사의 명예와 도덕을 지켜온 사람들이 더 많이 있어왔던 덕분에 성기사들은 대중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다.

수호자(Defender). 그렇게 불리던, 또 그렇게 불리길 좋아했던 성기사, 마그로스가 있었다. 자신보다 남들을 지키는데에 앞장서오고 포기와 좌절을 모르던 그런 기사였다. 은빛 성기사단에서 부대장급이었던 그는 언제나 타인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왔다. 비록 빛의 인도자 우서나 맹렬한 가빈라드에 비하면 아직 연륜이 낮고 전공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빛을 향한 믿음은 매우 확고한 기사라고 볼 수 있었다.

" 그런데도 로데론에서 고귀한 지위 한 번을 누려보신 적이 없다는건, 의외군. "

안색에서 한기가 느껴지는, 어딘가 오싹한 느낌의 여성 드레나이는 역관절의 다리로서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인간 남성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 지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오, 죽음의 기사여? "

" 더 큰 영광과 정의를 실현할 방법이라고… 배웠으니까. "

" 그럴 수도 있을 것이오. "

긍정도 부정도 아닌 또다른 답안이 나오자 드레나이는 고개를 들어 성기사 마그로스의 촛점에 맞춘다.

" 전장의 한복판이든 전장이 아닌 곳이든, 누구나 삶에서 고통과 부당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소. 자칭 영웅이라는 모험가들은 소외된 자들의 고통과 부당함보다는 더 큰 전공과 업적에만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그건 빛이 추구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왔소. "

허리띠를 손보던 마그로스는 그 자신 또한 얼음바닥에 살며시 앉아 드레나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드레나이는 그제서야 저린 고개를 풀어줄 수 있었다.

" 이미 망자인 영혼임에도 빛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군요. 게다가, 당신이라면 저희 종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흐릿한 형상의 영혼에게서 잠시 미미한 온기가 느껴진다. 마그로스가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띄운 것만 같았다.

" 종족이 무슨 상관이오? 그들의 가슴 속에 품은 정의가 중요할 뿐, 빛은 종족을 가리지 않소. 나는 한 때 나이트 엘프와 블러드 엘프들에게도 도움을 받아 함께 정의를 위해 싸운 적도 있소. "

" 블러드 엘프야 원래는 인간의 동맹이었지만, 나이트 엘프라…? "

로데론이 붕괴된 이후, 대원수 가리토스의 명령으로 간신히 부합된 신 얼라이언스는 달라란이 있던 폐허와 현재는 언데드 포세이큰이 장악한 로데론 폐허의 사이에서 스컬지를 몰아내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 은빛 성기사단의 부대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가리토스는 무능한 지휘력으로도 모자라 패잔병 구조를 하지 않았다. 마그로스와 그의 부대인 <정의의 수호대> 대원들은 결국 달라란 폐허에서 방황하다가, 물고기나 인어를 닮은 처음 보는 괴생명체에게 포박당하는 신세를 졌다. 처음 맞닥드리는 미지의 생물체와 맞선다는 것, 그리고 무기를 빼앗기고 감금당했다는 상황, 그것은 마그로스와 동료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만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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